진단메이커로 나온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서! 뚜다다 짧게 써봤어요!! 저번 포스팅에 연성으로 다음포스팅할거라궄ㅋㅋㅋㅋ했는뎈ㅋㅋㅋ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네요...
토르로키의 소재 멘트는 '모두가 널 부정한다 하더라도', 키워드는 녹슨 반지이야.
애틋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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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가 바랐을 법한 말이 하나 있었다. 로키는 그런 걸 입 밖으로 꺼낼 만큼 솔직하거나 비굴하지 않았고 토르는 누군가에게는 이런 말이 필요할 것이란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주머니에는 녹슨 반지가 있다. 이것은 반지가 아니었다, 최초에는. 이것은 바닥에 떨어진. 로키가 뭣도 모르고 가져버린 조각이었다. 로키는 감옥 안에서 그 말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자주 만지작거렸다.
옛날에 그냥 전투가 하나 있었다. 토르도 로키도 뛰어들었다. 적병의 곤봉이 토르의 어깨를 쳤고, 갑옷이 조금 떨어져나갔다. 로키는 얼었고, 토르를 부축하려 했다. 토르는 넘어지자마자 그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로키는 머물렀다. 그 자리에서 기록되지 않는 마법을 부려댔다. 흙먼지가 하늘을 부옇게 덮고 흙먼지가 가라앉기 위해 전투는 끝났다. 로키는 땀이 맺힌 이마를 훔쳐냈다. 그때 발치에 뭔가 밟혔다. 토르의 갑옷 조각이었다. 자신의 암록색 갑옷 근처에서 반짝이는 은색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로키는 아무도 모르는 틈에 장갑 속으로 차가운 금속을 밀어 넣었다. 팔목이 언뜻 긁히는 것 같았다. 손바닥까지 밀어 넣자 로키는 만족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였다. 은색과 자신 사이에 아무것도, 금속도 무엇도 실 한 오라기도 없었다.
누군가 이때 로키의 어깨를 치며 뭐하냐며 물었다면 로키는 당황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머리는 피로와 피로에 눌린 흥분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 장식이 아름다워서. 라고 말하려다가 손을 움츠릴 것이다. 이것이 칭찬받을 핑계가 되지는 못하지만, 그나마 그의 진심보다는 나은 핑계였다. 다행히 아무도 말 걸지 않았다. 로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햇빛에 현기증이 일었다.
부대로 돌아오니 벌써부터 잔치판이 벌어졌다. 토르가 모닥불 중앙에 있다. 몸짓을 보니 얻어맞은 일을 얘기하는 것 같다. 웃음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토르가 씩 웃으며 사과를 하나 집어 든다. 로키도 저도 모르게 가까운 접시에서 사과를 하나 든다. 그때 로키와 토르가 눈이 마주친다. 토르가 눈을 치켜뜨며, 똑바로 마주보고, 사과를 세게 베어 문다. 로키는 사과의 아사삭 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소름이 돋는다. 토르가 윙크를 보낸다. 수고했다는 뜻이겠지. 로키는 서둘러 제 막사로 들어간다.
막사로 돌아온 로키는 장갑을 벗을 때가 되어서야 갑옷조각의 존재를 생각해냈다. 로키는 목욕물을 준비시켰다. 손에서 그 조각을 놓지 않는다. 굴린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본다. 문지른다. 이걸 어쩌면 좋지? 로키는 결국 손바닥에 납작한 조각을 올린 채로 욕조에 들어간다. 로키는 딱히 처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욕조의 구리로 된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눈을 감는데 어쩐지 계속 생각난다. 들은 적 없는 아사삭 소리가. 토르의 호전적인 눈이. 자신을 위한 것도 자신에 의한 것도 아니라서 어쩐지 훔쳐본 것만 같던 그 얼굴이 생각나는 것이다. 로키는 조각을 든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부터 문질러 올라온다. 차갑다가 미지근한 매끈한 조각. 로키의 손은 아랫배, 배꼽, 가슴, 쇄골을 지나 결국 턱까지 올라온다. 날을 세우듯 잡아 볼을 부벼보기도 한다. 아사삭. 입술사이에 금속을 물린다. 아사삭. 이를 세운다. 아사삭.
로키는 잇자국이 난 반지를 하나 가지게 되었다. 로키는 그 치열을 대조해본다면 그게 자신의 것이란 걸 알게 될 터지만 누군가 물어본다면 토르의 것이라고 대답하리라 마음먹었다. 로키는 가끔 그 반지를 입 안에 넣고 굴렸다. 혀끝으로 잇자국을 문질렀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로키는 상상 속 칭찬과 사랑에 기뻐하고 황홀해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자신의 꼬라지가 정말 흉하단 것을 깨달아서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로키는 반지를 당장 뱉어냈다. 발로 짓밟았다. 로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로키는 멍청해서 다음날 그 반지를 몰래 주워갔다. 로키 말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흙구덩이 속의 못생긴 반지였는데 굳이 주위를 살피며 몰래 주워갔다.
결국 반지는 녹슬었다. 주머니 속 오래된 먼지 같은 것이라 로키도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도 상상을 할 때, 특히 비굴한 상상을 할 때면 아사삭 소리가 뜬금없이 튀어나왔다.